https://www.chosun.com/culture-life/relion-academia/2024/07/17/NXLALOOATVFWPJMVBKBRYDNYFE
◇참을 인(忍)자 세 개를 품어야 하는 이유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사바(娑婆)세계이고, 사바는 감인(堪忍), 곧 ‘잘 참아야 한다’는 뜻을 지닌 인도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바세계는 ‘참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좋은 것에 대해서도 푹 빠지는 것을 참을 줄 알아야 하고, 싫은 것에 대해서도 인내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실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것은 인욕(忍辱)과 인내(忍耐)다. 그런데 흔히 인욕이라면 남한테 당한 것을 잘 참는 것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참을 인(忍)은 남한테 당하는 것만 참으라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서 일어나는 나쁜 버릇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 특히 나의 급한 성질, 고집, 신경질을 잘 참아낼 줄 알아야 한다.”
◇급한 성질과 고집과 신경질!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얼굴이 평온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나는 그들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등을 탁 치면서 꾸짖는다. ‘무엇 때문에 수심·근심 보따리를 잔뜩 안고 다니느냐! 그 근심걱정 보따리가 다 성질이 급하고 고집이 세고 신경질이 많은 데서 생긴 것이다. 고쳐라! 고무줄이나 용수철은 당기면 늘어나고 놓으면 오므라든다. 이것처럼 사람도 신축성이 있어야 세상을 살면서 상함이 없이 살아갈 수 있다. 버스에 쿠션이 없으면 엉덩이가 어찌 안 상하겠느냐?’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이 ‘예’하면서 반성을 한다.”
◇암소 잡은 요량 하소
경봉 스님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활용한 비유로 쉽게 법문했다고 합니다. 조선 영조와 당 태종, 자장 율사를 비롯해 스님이 들은 당대의 사람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등장하지요. ‘괴짜 재담꾼 정만서 이야기’도 그 중 하나입니다.
“경주에 살던 정만서라는 사람이 한양으로 가던 중 노자가 떨어져 이틀을 굶었다. 너무 배가 고파 주막에 간 정만서는 소 불알을 삶아놓은 것을 보고 돈도 없이 일단 썰어달라고 해서 술과 함께 배불리 먹었다. 음식값 내라는 주모에게 정만서의 대답은 ‘암소 잡은 요량 하소’였다. 불알이 없는 암소를 잡은 셈치라는 소리였다. 주모와 남편은 화가 났지만 상대가 ‘천하의 잡놈 정만서’라는 것을 알고는 돈 받는 것은 포기하고 도리어 ‘고깃값 대신 소리나 한번 해보시오’라고 청했다. 정만서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온갖 장기를 다 펼쳤다. 그러자 길 가던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 주막은 최고의 매상을 올렸다고 한다.
우리도 사람과 물질에 걸려서 번뇌망상과 근심걱정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면 정만서의 ‘암소 잡은 요량’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애초 불알이 없는 암소 잡은 요량을 하면, 한 생각 막혔던 것이 풀리고 꿈에서 깨어날 수가 있다. 곧 한 생각 애착을 비우고 생생한 산 정신으로 일하면 절후(絶後)에 갱생이라. 끊어진 곳에서 다시 사는 수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사바세계를 무대로 삼아 연극 한바탕 멋지게 하기 바란다.”
Leave a Reply